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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안녕하세요.
세계 경제의 절반 이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협의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2025년, 이 중요한 국제회의가 20년 만에 다시 한국의 경주에서 열립니다.
복잡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APEC 회의, 과연 우리 삶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오늘 이 글을 통해 APEC의 모든 것을 쉽고 친절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1. APEC 회의란? 태평양을 잇는 거대한 경제 공동체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상호 의존성이 점차 심화되는 가운데,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 1989년 11월 호주 캔버라에서 설립된 지역경제협력체입니다. APEC의 출범 배경에는 냉전 종식 전후로 고조된 국제적 지역주의 경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처럼 인접 국가들을 하나의 경제 블록으로 묶는 움직임이 가속화되자,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 역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APEC은 궁극적으로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달성하고, 지역 경제의 성장과 번영을 추구하는 것을 장기 비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1994년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보고르 목표(Bogor Goal)는 무역 및 투자 장벽을 제거하고 자유화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습니다. 당시 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발도상국은 2020년까지 이를 이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APEC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합의(Consensus) 원칙을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회원국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이행을 중시하는 독특한 접근 방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PEC은 단순한 선언적 합의에 그치지 않고, 대화와 합의를 통해 실제 국제 무역 규범의 토대를 마련하는
소프트 파워를 보여왔습니다. 1990년대 초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정보기술협정(ITA)과 환경상품협정(EGA) 수립에도 기여했습니다. 이는 APEC의 힘이 법적 강제력보다는 거대한 경제적 비중을 가진 회원국들의 자발적 협력 의지를 결집시키는 데 있음을 방증합니다.
2. 주권 대신 ‘경제체’! APEC만의 독특한 정체성
APEC은 일반적인 국제기구와 달리, 참가 자격이 주권국가(country)가 아니라 경제체(economy)라는 독특한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회의 시에는
국가라는 명칭이나 국기 게양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원칙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대만과 홍콩의 표기입니다. 대만은 "Chinese Taipei"로, 홍콩은 "Hong Kong, China"로 표기되는 것은 바로 이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이러한 유연한 회원 자격은 APEC이 세계 최대의 경제협력체이면서도 정치체제, 경제수준, 사회문화적 배경이 매우 이질적인 회원국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회원국 간의 다양한 이해관계로 인해 합의 도출이 어려운 면이 있지만,
경제체라는 유연한 참가 자격과 비구속적 전원합의제(consensus) 원칙 덕분에 다양한 배경의 국가들을 포용하며 장기적인 협력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법적 구속력이 오히려 참여를 막는 장벽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APEC은
유연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지속가능한 협력체를 만들어온 것입니다. APEC은 1989년 한국을 포함한 12개국 각료회의로 출범한 후, 1993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의 제안으로 정상회의로 격상되었으며, 이후 꾸준히 회원 경제체를 확대하여 현재는 총 21개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 한눈에 보는 APEC의 규모와 위상
APEC은 아시아, 미주, 오세아니아에 걸쳐 있는 21개 회원 경제체로 구성된 거대 협력체입니다. 창설 멤버인 1989년의 12개국(한국,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아세안 6개국)을 시작으로, 1991년에는 중국, 홍콩, 대만이, 1993년에는 멕시코, 파푸아뉴기니가, 1994년에는 칠레가, 1998년에는 러시아, 베트남, 페루가 가입하며 규모를 키웠습니다.
이러한 거대한 규모는 세계 경제에서 APEC이 차지하는 압도적인 위상을 잘 보여줍니다. 2023년 기준으로, APEC 회원국들의 경제적 비중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 APEC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 (2023년 기준) |
인구 | 37% |
상품 교역량 | 49.1% |
GDP | 61.4% |
이 수치들은 APEC이 전 세계 경제의 절반 이상을 움직이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한국 경제에서 APEC 회원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절대적입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총수출의 74.7%, 총수입의 67.5%가 APEC 회원국과의 교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APEC 역내의 무역 및 투자 환경 변화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활성화 및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과 맞물려 APEC 회원국과의 교역 비중은 향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4. 20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2025 APEC 정상회의 in 경주
한국은 2005년 부산 정상회의 이후 20년 만인 2025년에 APEC 정상회의를 다시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신라의 고도로 알려진 경상북도 경주가 이번 정상회의의 최종 개최 도시로 선정되었습니다.
또한, 본회의 외에도 다양한 부대행사들이 여러 도시에서 분산 개최되어 전국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비공식 고위관리회의(ISOM)는 서울에서, 제2차 고위관리회의(SOM 2)와 통상장관회의는 제주에서, 제3차 고위관리회의(SOM 3)는 인천에서, 해양장관회의 및 에너지장관회의는 부산에서 열리는 등 각 도시의 특성을 살린 행사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APEC 정상회의 유치는 단순한 국제 행사 개최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한국의 첨단 기술, 관광 인프라, 그리고 풍부한 전통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복합적인 경제·문화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는 단기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를 넘어, 장기적인 국가 브랜드 가치와 외교적 위상을 높이는 전략적 기회입니다.
회의 개최를 통해 각국 정상과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비즈니스 환경을 홍보하고, 외국인 직접 투자(FDI)를 유치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2025 APEC, 뜨거운 감자들: 주요 이슈 총정리
2025년 APEC 정상회의의 공식 주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 Connect, Innovate, Prosper)입니다. 이 주제는 APEC의 미래를 향한 포괄적인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 미중 무역 갈등과 다자 무역 체제: APEC은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여하는 유일한 주요 경제협력체로서, 두 강대국 간의 갈등을 완화하고 자유로운 무역 활성화를 위한 대화의 장을 제공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미국은 보호무역 기조를, 중국은 기존 자유무역을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지만, 2025년 제주에서 열린 통상장관회의 공동 성명에서 글로벌 무역 시스템이 직면한 근본적인 도전에 우려를 표하며, WTO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등 합의를 도출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 새로운 성장 동력, AI와 디지털 전환: 혁신 및 디지털 경제는 2020년 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향후 20년의 미래 비전인 푸트라자야 비전의 3대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2025년 통상장관회의에서는 한국이 제안한 세 가지 AI 관련 협력 과제, 즉 관세·통관 행정에 인공지능 도입 확대, 인공지능 정책에 대한 민간 이해도 제고, 인공지능 표준 및 기술에 관한 정보 교환에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APEC 디지털 헬스 포럼에서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청년 정신건강 문제가 새로운 의제로 부상하기도 했습니다.
- 지속 가능한 미래, 기후변화 대응: 기후 위기는 APEC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APEC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회복력 있고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APEC 기후센터(APCC)를 중심으로 기후 예측 및 감시 기술을 공유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논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APEC의 논의 의제는 과거의 무역·투자 자유화(보고르 목표)를 넘어, 현재의 복합적인 글로벌 도전 과제(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보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는 APEC이 단순히 과거의 협의체에 머무르지 않고,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 환경에 적응하며 그 존재 가치를 재확인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6. 2025 APEC 회의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2025년 APEC 정상회의는 한국에게 단순한 개최 이상의 전략적 가치를 제공합니다. APEC 의장국으로서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 의제를 주도하고, 디지털 전환, 공급망 등 미래 시대 핵심 의제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는 외교적 영향력 확대의 중요한 발판이 될 것입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예상됩니다. 회의 개최에 따른 인프라 투자 및 대규모 참가 인원 유입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직접적 효과를 낳을 것입니다. 간접적으로는 APEC을 통해 한국의 첨단 기술과 비즈니스 환경을 홍보함으로써 외국인 직접 투자(FDI)를 유치하고, 기업 활동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역내 기업인에게 신속한 출입국 편의를 제공하는 APEC 비즈니스 트래블 카드(ABTC)와 같은 실질적인 혜택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촉매제가 될 것입니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한국이 제안한 AI 협력 과제나 스타트업 생태계 연결을 위한 제주 이니셔티브(Jeju Initiative)와 같이, 한국이 주도하는 논의가 APEC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한국의 경제와 기술력이 국제 사회의 의제 설정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보여주는 척도이며,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중견국 외교를 펼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입니다.
지금까지 2025년 APEC 정상회의의 의미와 그 배경, 그리고 주요 이슈들을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APEC은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대화와 협력을 통해 전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중요한 협의체입니다.
20년 만에 다시 개최국이 된 한국은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의 위상을 높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번 APEC 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어 우리 모두에게 더 밝은 미래를 가져다주기를 기대하며,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